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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날아라뽕짝
눈을 떴을 때, 끝없이 아래로 이어진 계단에 서 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두려움과 호기심이 뒤섞인 마음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주변은 여전히 어두웠지만 저 멀리 해가 지는 지평선이 보였다. 그 빛은 나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듯했고 두려움 속에서도 희망의 불꽃이 피어났다.

'저곳으로 가야 해.'

마음속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다시 한 걸음 내딛었다.

하지만 계단의 끝을 알 수가 없었다. 지평선이 보이긴 했지만 그 빛이 나를 어떻게 이끌지 의문이었다.

'계단을 내려가면 끝이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으며 나는 다시 한 걸음 내딛었다.

그리고 계단의 주변도 궁금했다.

난간도 없고, 복도도 보이지 않는 그 공간은 더욱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여기서 나갈 길이 있을까?" 나는 조용히 중얼거리며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를 찾으려 애썼다.

두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가도 가도 계단은 끝나지 않았다. 이 계단의 끝이 있을지 불안한 마음이 나를 짓눌렀다.

'이곳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며 나는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불확실한 미래가 나를 두렵게 했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 문득 다시 거꾸로 올라가면 어떻게 될까 궁금증이 생겼다.

"이곳이 끝이 없다면 올라가는 것도 의미가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어둠 속에 사라진 길이 아쉬운 듯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이렇게 된 이상 한 번 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다시 거꾸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계단의 각 단이 다시 나를 맞이하며 그 간절한 마음속의 소망이 더 커졌다.

'어쩌면 올라가다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지도…'

희망의 불빛이 내 마음에 스며들었다. 각 걸음이 이전의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지우는 듯 했다.

내가 왔던 지점은 지나갔을까? 지나가지 않았을까? 알 수 없는 막연함을 뒤로하고 계속 걸었다. 계단의 각 단이 점점 더 무겁게 느껴졌다.

'이대로 계속 가면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희미한 빛이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랐다.

문득 지평선을 보니 위치가 그대로인 것 같았다.

'나는 계속 움직이고 있는데…'

혼란스러운 생각이 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이곳이 끝없이 반복되는 공간이라면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희망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계단. 움직이지 않는 지평선. 실제 세계라면 이런 계단이 존재하지도 않을텐데… 나는 왜 이곳에 있을까?

'이곳이 내 선택의 결과일까?'

마음속에서 의문이 깊어졌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다시 한번 발걸음을 내디뎠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계단에 앉아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왜 나는 여기서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걸까?'

불안한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둠 속에서 소리와 감정이 뒤엉켜 어떤 결정도 쉽게 내릴 수 없었다.

'무엇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을까?'

질문을 던지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만… 고통? 그러고 보니 몸은 어떠한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혹시 내가 죽은 건가?'

의문이 머릿속을 스쳤다. 이 이상한 계단과 어둠 속에서 나는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일까? 고통이 없다면 내가 가진 감정도 사라진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이 상태로 계속 나아가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다시 한번 발걸음을 내딛기로 결심했다.

위로 올라가나 아래로 내려가나 마찬가지였다. 다시 내려가 보기로 했다.

'어쩌면 내려가는 것이 새로운 통찰을 줄지도 몰라.'

생각하며 한 계단씩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찾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각 단이 지나갈 때마다 마음속의 짐이 조금씩 덜어지는 것 같았다.

아까보다 훨씬 긴 시간을 걸어 내려갔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계단만 나올 뿐이었다.

'이곳은 대체 어떤 곳일까?'

불안한 마음이 더욱 커졌다. 계속된 발걸음에 지치며, 나는 잠시 멈추기로 했다.

'계속 가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일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멀리 지평선을 바라보지만 해 또한 지지 않고 그대로였다.

'끝도 없고 움직임도 없는 곳이라니….'

이때 문득 계단 주변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깊이도 알 수 없는 어둠 속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눈을 떴을 때 계단 한 가운데 서 있는 나를 발견했다. 떨어지고 떨어지고 또 떨어졌지만 나는 계속해서 계단 한 가운데 서 있었다. 그리고 저 지평선도 해도 모두 그대로였다.

나는 드디어 깨달았다.

나는 죽은 게 확실했다. 어떻게, 왜 죽었는지는 모른다. 나 자신을 죽음으로 몰았는지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하다. 나는 죽었다.

실소가 터져 나왔다. 죽으면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는데 삶의 반복이라니.

이게 새로운 인생인지 벌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계단을 한 발짝 밟고 다시 한 걸음 나가기 시작했다.